1종 대형 면허 기능시험 중간 리뷰 (아직 합격 못함)

가끔씩 1종 대형 면허시험을 보고 있다.
1종 대형은 1종보통이나 2종보통 면허를 취득하고 1년 지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면허시험장에 가서 접수하고 바로 기능시험을 봐도 상관없다.
많이들 그거 따서 뭐하냐고 물어보는데, 나도 잘 모른다. 그냥 따보고 싶어서 도전하는 중이다.

21년 11월부터 시작해서 한달에 한두 번씩 보고 있는 것 같다. 11월에 두번 서울에 있는 친구랑 같이 보느라 도봉면허시험장에서 봤고, 그 뒤로는 서로 일정이 맞지 않아 혼자 강남면허시험장으로 가서 1월에 한번, 그리고 2월 7일에 한번 가서 보고 왔다.

군 복무할 때 수송교육연대에서 굴절(Z), 곡선(S), 방향전환(T) 으로만 거의 2주 갈굼당하면서 했던 기억을 살려서 하면 되겠지 했는데, 확실히 두돈반(K-511)과는 많이 다른 것 같다. 버스가 더 편한점도 있지만 어려운 점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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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용 차량

버스는 시험장마다 다른 기종을 쓰는데, 현대차의 에어로시티 또는 자일대우의 BS 모델을 사용한다. 나는 지금까지 현대차로만 시험을 봤다(도봉, 강남). 흔히 볼수 있는 시내버스와 같은 종류라고 보면 된다.

출처 : 현대자동차

1. 메인스위치 - 버스는 전기장치를 통제하는 메인스위치가 따로 있다. 메인스위치를 켜야 시동을 걸 수 있다. 시동을 끄고 난 뒤에는 반드시 메인스위치를 차단해야 방전되지 않는다.
2. 키 - 보통 수동변속 차량들은 클러치와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키를 돌려야 시동이 걸리지만, 버스는 그냥 돌려도 켤 수 있다.
3. 브레이크와 가속페달 - 페달이 드럽게 크고 무겁다. 시험보느라 안그래도 긴장되는데 더럽게 무겁지만 더럽게 잘 듣는다. 일반 승용차 타듯 브레이크를 밟으면 안전벨트 안 멘 승객들은 앞으로 튕겨져 나갈 수 있다. 공기압을 이용하는 에어브레이크라 밟았다 떼면 '취익' 하고 에어 빠지는 소리가 난다.
4. 클러치 - 보통 수동차들과 비슷하다. 클러치도 살짝 크다.
5. 사이드브레이크 - 당기면 체결되고, 고리를 살짝 올린 뒤 놓거나 앞으로 밀면 해제된다. 이것도 에어브레이크라 체결하면 '취익' 소리가 난다.
6. 기어 - 평소에는 1단이나 2단으로 주행하고, 가속 구간에서만 3단을 쓴다. 차피 제한속도가 20km/h라 그 이상은 쓸일이 없다.
7. 비상등 - 버스 비상등은 버튼이 아니다. 이걸 몸쪽으로 한번 당기면 비상등이 켜지고 다시 한번 당기면 꺼진다. 돌발 구간에서 쓴다.

핸들이 더럽게 크고 더럽게 돌리기 힘들다. 사실 두돈반의 무파워핸들보다는 훨씬 수월하지만, 그래도 힘들다. 한바퀴 돌리려면 상체가 살짝 앞으로 갔다 와야 편하다.

보통 차들은 핸들이 한바퀴 반(두바퀴라고도 함) 돌아가지만, 버스는 두바퀴 반(세바퀴) 돌아간다.

출처 : 서부운전면허시험장

왼쪽 사이드미러다. 정밀 조작을 위해서 보통 앞바퀴와 뒷바퀴 모두 보이도록 조절하고 시험을 본다.

오른쪽 사이드미러다. 마찬가지로 앞바퀴와 뒷바퀴 모두 보인다. 오로지 양쪽 사이드미러 두 개로만 검은색 검지선을 탈선하는지 아닌지 확인하며 코스를 마쳐야 한다.

출처 : 서부운전면허시험장

오른쪽 사이드미러 위에 달려있는 볼록거울이다. 버스의 앞을 보여준다. 이걸로 정지선 같은 것과의 거리를 가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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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시험장 구조와 평가 항목

지역별로 면허시험장 구조가 약간 다른데, 도봉과 강남은 차이가 거의 없어서 강남을 기준으로 쓴다. 13분 32초 안에 80점 이상인 상태로 종료지점을 통과해야 하고, 중간에 점수 미달 실격인 경우 그 자리에서 시험을 중지한다. (광탈하고 감독관님한테 운전석 내드리고 감독관님 옆에 타서 출발지점으로 돌아가는 몇 십초의 현타가 상당하다.)

출처 : 강남운전면허시험장

1. 출발 - 좌측 방향지시등 켜고 1단이나 2단 넣고 출발한다.
2. 좌측 방향지시등을 끈다.
3. 정지선 앞에 일시정지한다. 3초 뒤에 다시 출발한다.
4. 경사로 - 마찬가지로 정지선 앞에서 일시정지한다. 3초 뒤에 다시 출발한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실격한다.
5. 굴절(Z) - 2분 안에 성공해야 한다. 탈선 1번 할 때마다 5점, 시간 초과시 5점 감점이다.
6. 곡선(S) - 굴절과 마찬가지이다. 개인적으로 곡선이 제일 까다로웠다. 4번 중 2번을 곡선에서 탈락했다. 처음 진입할 때 크게 돌아야 오른쪽 뒷바퀴가 연석에 걸리지 않고 진입할 수 있다. 탈락한 2번 모두 진입 각을 잘못 맞춰 광탈했다. (감독관님 왈, "너무 짧게 도셨어요;;" 라며 안타까워 해주셨다.)
7. 방향전환(T) - 굴절과 곡선과 마찬가지이다. 개인적으로 셋 중에 제일 쉬웠다. 여기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고 8번으로 가는 도중 교차로에서 탈락했다(???).
8. 철길 - 여기까지 와 본 적이 없다. 정지선에서 멈췄다가 3초 있다 출발한다.
9. 가속구간 - 2단으로 주행하다가 속도를 20km/h 이상 유지하며 3단으로 변속한 뒤 다시 20km/h 미만으로 내린 뒤 2단으로 변속한다.
10. 평행주차 - 안해봤다. 근데 할만해 보인다.
11. 종료 - 우측 방향지시등을 켠 채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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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점당한 항목들

11월, 도봉

• 굴절에서 25점 까먹어서 점수미달로 실격했다.
• 처음 진입할 때 조금 앞에 더 붙여야 했는데 그게 아니어서 와리가리 치다가 실격.

11월, 도봉

• 굴절은 어찌저찌 통과.
• 곡선 진입하는데, 어디서부터 핸들을 돌려야 할지 고민하다가 너무 일찍 돌리는 바람에 오른쪽 뒷바퀴가 연석을 넘을 뻔했다. 깜짝 놀라서 급정지하는데, 뇌절이 왔는지 클러치를 밟아야 할 왼발은 태평히 놀고 있었다. 시동까지 꺼먹고 후진해서 수정한 뒤 어찌저찌 들어갔는데, 진입 각도가 안 맞으니 당연히 탈선 파티로 점수미달 광탈.

1월, 강남

• 굴절 통과. 근데 이날은 뭔가 성급하고 귀찮았는지 앞바퀴 탈선할 것 같이 보였는데도, 에이 모르겠다 하고 그냥 가서 탈선만 4번.
• 80점인 상태로 곡선 진입. 이번에는 전보다 크게 돈다고 돌았는데 역시 오른쪽 뒷바퀴 문제로 실격.

그제, 강남

• 역대급으로 많이 했던 날.
• 지금까지 경사로에서 시동 꺼먹은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근데 이날따라 클러치를 너무 빨리 떼서 5점 까먹고 시작.
• 굴절에서 10점 까먹고 통과.
• 곡선 - 드디어 곡선 진입 감을 찾은 것 같다. 전보다 훨씬 크게 돌아서 한번에 진입할 수 있었다. 탈선 1번만 하고 통과.
• 방향전환 - 80점으로 들어가서 불안하긴 했는데, 평소 주차 하던 것처럼 사이드미러 잘 보고 들어갔다 나와서 쉽게 했다.
• 지금까지 실수 중 제일 어이없는 것.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해야 했는데, 주황불이 들어와서 정지했다. 왼발은 쉬게 해주고 싶어서 기어 중립으로 했다가 다시 출발하려는데,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시동이 꺼졌다. ㅋㅋㅋㅋ... 점수미달로 실격. 이걸 보고있던 감독관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에휴 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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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많이 됐고, 앞으로 더 도움을 줘야 할 유튜브 동영상들

https://youtu.be/W6fl9T44G68

유튜버 이종민 님의 1인칭 동영상이다. 부산 남부에서 보신 걸로 알고 있다.
놀랍게도 이분은 한 번만에 붙으셨다고 한다. 5~6번 봐도 떨어지는 분들이 수두룩한데,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핑계가 아니고 합격률이 정말 이렇다. 지금까지 4번 시험을 봤는데 합격한 분들은 두세 분 밖에 안 되는 걸로 기억한다.)
어떤 코스의 어떤 구간에서 시선을 어디로 향하고 어디를 주의해야 할 지 많은 도움이 되었다.

https://youtu.be/WIxmjh_cPiM

시험 시작 전에 감독관들이 먼저 테스트해보는 연습 주행을 찍은 동영상이다. 강남면허시험장이 강남경찰서에서 잠실쪽으로 넘어가는 삼성교 바로 아래 위치해 있어서 그 위에서 찍으신 것 같다.

https://youtu.be/ihTp4U7wKJ0

이분은 감독관 연습 주행 동영상을 편집해서 설명까지 달아 주셨다. 이 영상 덕분에 곡선 코스 진입 감을 찾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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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생 인증

아마 개강하고 나면 시간이 없어서 시험을 못 볼 것 같다. 2월에 한 번 더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게 마지막 도전이 될 것 같다. 여기서는 꼭 붙고 싶다.

전국의 버스기사님들 존경합니다...